로마서 8장은 그리스도 안의 하나님의 사랑에서 어떤 피조물도 신자들을 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9장의 시작에서 바울은 그 구원의 소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기 동족 때문에 깊은 슬픔을 말한다. 이스라엘이 받은 하나님의 선물과 그들에게서 오신 그리스도가 그 슬픔의 구체적인 이유다.1

1-2절: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고 성령 안에서 증언하는 양심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실을 말하며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내 양심도 성령 안에서 이 말을 증언합니다. 내게 큰 슬픔이 있고 내 마음에는 끊임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1-2절, 필자 번역)2

바울은 자기 말의 진실함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말한다는 진술은 그 말이 그리스도와 무관한 자기 주장으로 서술되지 않음을 뜻한다. 주엣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이 증언의 근거가 된다고 읽는다.3

양심은 성령 안에서 같은 진실을 증언한다. 주엣은 양심을 자기 행위와 내면의 기준이 일치하는지 아는 사람의 앎으로 읽고, 그 증언이 성령 안에서 확증된다고 설명한다.4 바울의 양심과 성령이 같은 주체로 합쳐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내면적인 앎이 그리스도와 성령의 관계 안에 있다.

큰 슬픔과 끊임없는 고통은 같은 상태를 두 말로 표현한다. 바이른은 이 격렬한 진술이 바울이 자기 동족의 운명에 무관심하다는 평가에 답하는 뜻을 가진다고 읽는다.5 구원의 확신을 전한 사도가 자기 사람들의 상황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설명과 그의 고통은 맞지 않는다.

3절: 동족을 위하여 끊어져도 좋다는 바람

“나는 내 형제들, 육신으로 같은 혈족인 사람들을 위하여 나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져 저주 아래에 있게 되기를 바랄 수도 있겠습니다.” (3절)

그 형제들은 육신으로 같은 혈족인 사람들이라고 설명된다. 주엣은 이 말이 믿는 공동체를 형제라고 부르던 용례와 달리,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동족도 바울의 형제임을 드러낸다고 읽는다.6 그들의 불신앙이 바울의 혈족 관계와 관심을 없애지는 않는다.

에우코멘(ηὐχόμην)은 기도하거나 바란다는 동사의 미완료형이다. 바이른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을 담은 바람으로 읽는다. 동족에게 유익이 된다면 자기 구원의 소망을 내어줄 만큼 그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이다.7 주엣은 더 실제적인 과거의 기도로 읽는다. 바울이 그렇게 기도했으나 하나님이 그 요청을 이루지 않으셨다는 해석이다.8 위 번역은 바이른의 조건적인 읽기를 따랐다.

아나테마(ἀνάθεμα)는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놓여 구원의 관계에서 제외되는 상태를 표현한다. 주엣은 출애굽기 32:31-33에서 모세가 백성의 죄를 위해 자기 이름도 하나님의 책에서 지워 달라고 요청한 장면에 연결한다.9 바울의 말에는 자기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는 절박함이 있다.

4절: 이스라엘에게 속한 하나님의 선물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입니다. 자녀의 지위와 영광과 언약들, 율법을 주신 일과 예배와 약속들이 그들에게 속합니다.” (4절)

바울은 현재형으로 그들을 이스라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주엣은 이 호칭이 그들의 존귀한 이름과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관계의 지속성을 강조한다고 읽는다.10 바울이 그들의 상황 때문에 슬퍼한다는 사실과, 그들에게 속한 선물을 인정한다는 사실이 함께 있다.

자녀의 지위는 8장에서 신자들이 성령 안에서 받은 관계로 설명되었다. 바이른은 그 지위가 이방인과 유대인의 공동체에 적용된 사실이 이스라엘에 관한 문제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고 읽는다.11 주엣은 새 신자들의 자녀 됨이 이스라엘의 자녀 지위를 취소한 결과가 아니라, 그 관계에 참여한 선물이라고 설명한다.12

영광과 언약, 율법과 예배, 약속은 그들의 역사에 주어진 하나님의 활동을 모은다. 바이른은 영광을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드러내고 함께하신 현존으로, 예배를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관계로 우선한다.13 주엣은 예배를 성전뿐 아니라 기도와 안식일, 초기 교회의 예배에까지 이어진 더 넓은 유산으로 읽는다.14 그들이 가진 선물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실제 역사와 공동체의 삶에 이루어진 근거다.

5절 상반: 조상들과 이스라엘에게서 오신 그리스도

“조상들도 그들에게 속하며, 육신으로는 그리스도도 그들에게서 나셨습니다.” (5절 상반)

조상들은 앞의 약속을 받은 사람들이다. 바이른은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을 이 호칭의 가까운 대상으로 읽는다.15 약속의 역사는 추상적인 계획으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하나님이 실제 사람들을 부르고 그 후손들에게 이어 주신 관계다.

그리스도도 이스라엘에게서 나셨다. 육신으로는이라는 토 카타 사르카(τὸ κατὰ σάρκα)는 그분의 인간 혈통을 특정한다. 바이른은 이 목록의 마지막이 이스라엘에게서 세상의 구원자가 오셨다는 가장 큰 특권을 표현한다고 읽는다.16 주엣도 예수가 유대인의 가족에게서 태어났고 그 문화의 삶을 가졌다는 사실을 이 진술의 내용으로 설명한다.17

바울은 자기 동족과 그리스도의 혈통을 같은 육신의 관계에 연결한다. 그리스도가 그들에게서 오셨다는 사실은 그들의 상황을 바울과 무관하게 만들지 않는다. 바로 그 혈통과 약속 때문에 그들을 향한 슬픔이 더욱 깊다.

5절 하반: 모든 것 위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읽기

“그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 분, 영원히 찬송받으실 하나님이십니다. 아멘.” (5절 하반)

위 번역은 앞의 그리스도를 다음의 하나님 호칭의 지시 대상으로 읽었다. 호 온(ὁ ὢν), 계신 분이라는 구문을 가장 가까운 그리스도에 연결하면, 이스라엘에게서 육신으로 오신 그분이 모든 것 위에 계신 하나님으로 찬양받는다. 주엣은 이 문법적 연결과 문맥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그 읽기를 우선한다.18

다른 문장 분리도 가능하다. 육신으로 그리스도가 나셨다는 말 뒤에 마침표를 두면, 모든 것 위에 계신 하나님께 영원히 찬양을 돌리는 별도의 송영이 된다. 바이른은 이스라엘이 받은 하나님의 선물들을 열거한 뒤 그 하나님을 찬양한 문장으로 읽는다.19 이 해석에서 하나님이라는 호칭의 대상은 그리스도보다 그 특권을 주신 하나님이다.

주엣은 독립 송영을 택할 경우의 어순을 문제로 삼는다. 일반적인 찬양에서는 찬송받으실이라는 에울로게토스(εὐλογητός)가 하나님의 이름 앞에 오는데, 여기서는 하나님이라는 말 뒤에 놓인다. 앞의 그리스도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겼다는 표시도 없다.20 육신으로는이라는 제한 뒤에 모든 것 위에 계신 분이라는 설명이 이어지는 구조는 그리스도에 관한 다음 진술로 읽기에 잘 맞는다.

박진수는 2025년 논문에서 그 어순에 예외가 있다는 점과 두 문맥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법과 가까운 문맥만으로 결론을 확정하지 않고, 바울이 보통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구별한다는 신론을 근거로 독립 송영을 약간 더 가능성 있는 해석으로 택한다.21 여기서는 앞의 지시 대상과 연결되는 구조를 근거로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읽는 해석을 우선한다. 그 판단에는 송영의 어순과 대상의 연속성이 근거가 된다.

교부들의 해석

크리소스토무스는 『로마서 강해』 16에서 바울의 저주받아도 좋다는 말이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 줄었다는 뜻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약속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구원을 주셨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자기 영광도 내어줄 만큼 동족의 구원을 바란다는 해석이다.22 이 읽기는 바울의 고통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연결한다.

같은 강해는 5절을 그리스도가 모든 것 위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형태로 인용한다.23 노바티아누스도 『삼위일체론』 13에서 그 말씀을 도마의 하나님 고백, 요한복음의 창조와 창세 전 영광에 연결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논증한다.24 이 인용은 단지 마지막 송영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같은 그리스도가 사람이시면서 하나님이시라는 설명에 사용된다.

힐라리우스는 『삼위일체론』 VIII.37에서 그리스도가 주님으로 불린다는 이유로 그분의 참 신성을 배제하는 견해에 이 구절을 들어 답한다. 그는 하나님으로 불린 분을 피조물 가운데 하나보다 피조물의 하나님으로 읽는다.25 그 호칭의 의미를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에 연결한 해석이다.

하나님 호칭과 동일 본질의 판단

그리스도를 지시하는 읽기를 택하면 5절은 실제로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근거가 된다. 그분은 이스라엘의 인간 혈통에서 오셨고 동시에 모든 것 위에 계신 분이다. 독립 송영을 택하면 이 구절 자체의 하나님 호칭은 그리스도에게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 두 읽기는 본문이 아들의 신적 지위를 얼마나 명시적으로 서술하는지에 차이를 만든다.

바이른과 박진수는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구별하는 바울의 다른 표현들을 그 판단에 포함한다. 주엣과 교부들은 그리스도의 주권과 창조, 하나님에게 돌리던 송영을 아들에게도 돌리는 관계를 함께 사용한다. 구문을 읽는 판단과, 바울의 한 하나님 및 그리스도에 관한 전체 설명을 읽는 판단이 이 구절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

동일 본질은 그 호칭 하나의 사전적 뜻에서 모두 도출되지 않는다. 한 하나님을 고백하는 같은 서신에서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읽을 때, 그분의 신적 지위는 아버지와 구별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 신성 안에서 설명된다. 고린도전서 8:6의 만물의 창조 매개와 골로새서 1:16-17의 권세들의 창조를 함께 읽으면, 그 신적 지위는 가장 높은 피조물에게 붙인 존칭보다 창조주 아들의 지위로 설명된다.

이 연결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구별되며 나뉘지 않는 하나의 신성을 지니신다. 육신의 혈통은 그 동일한 아들의 실제 인간 삶을 설명한다.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에게서 오셨다는 말은 그분의 신성을 지우지 않고, 하나님이라는 고백은 그분의 실제 혈통을 없애지 않는다. 노바티아누스가 같은 분의 두 관계를 창조와 성육신으로 설명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

1절의 성령은 바울의 양심을 진실한 증언에 연결하신다. 이 말 자체가 성령의 본질을 정의하지는 않으며, 고린도전서 2장의 하나님의 자기 앎과 로마서 8장의 같은 하나님의 영을 함께 읽을 때 그 신적 계시와 현존의 관계가 구체화된다. 이 단락의 직접적인 기여는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도, 이스라엘에게 신실하신 하나님, 그 이스라엘에게서 오신 그리스도의 관계다.

바울의 슬픔은 그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향한 고백 가운데 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선물을 가진 백성이며 그리스도도 그들에게서 오셨다. 그 복음을 전하는 사도는 그들의 상황을 자기 구원의 확신과 무관한 일로 버리지 않고, 그들의 구원을 위해 자기 자신까지 내어줄 마음을 전한다.

각주와 자료

  1. Brendan Byrne, Romans, Sacra Pagina 6 (Collegeville: Liturgical Press, 1996; 참고문헌 갱신 2007년 판본), 28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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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chael W. Holmes 편, The Greek New Testament: SBL Edition (2010), 롬 9:1-5를 따른 필자 번역. 고정 커밋 본문. 5절 하반은 그리스도를 지시하는 구문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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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obert Jewett, Romans: A Commentary, Hermeneia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7; PDF 판권 2006), 557-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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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ewett, Romans, 558-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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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yrne, Romans,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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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ewett, Romans,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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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Byrne, Romans, 28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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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Jewett, Romans, 560-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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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Jewett, Romans, 560-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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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Jewett, Romans, 56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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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yrne, Romans, 28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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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Jewett, Romans, 56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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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Byrne, Romans, 28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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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ewett, Romans, 564-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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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Byrne, Romans,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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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Byrne, Romans, 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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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Jewett, Romans, 566-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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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Jewett, Romans, 56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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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Byrne, Romans,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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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Jewett, Romans, 56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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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박진수, “바오로의 신론: 로마 9,5에 관한 주석학적 고찰,” 『가톨릭신학과사상』 93 (2025): 168-172. DOI 10.21731/ctat.2025.93.147. 고든컨웰 도서관에서 연결된 DTL / DBpia 실제 원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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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크리소스토무스, 『로마서 강해』 16, 1-5절 해설, 공개 NPNF 영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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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크리소스토무스, 『로마서 강해』 16, 4-5절의 인용, 같은 공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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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노바티아누스, 『삼위일체론』 13, 공개 ANF 영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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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힐라리우스, 『삼위일체론』 VIII.37, 공개 NPNF 영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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